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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현실과 인류의 미래를 위한 과학적 예언자들(9)   기독교사상 2011년 9월호


반다나 시바, “다양성과 지역성이 생산과 소비의 논리가 되면 생존이 가능하다”


                                                     김준우 (한국기독교연구소 소장)


들어가는 말


이 글은 인도 출신의 과학철학자로서 생태여성주의 사상가이며 농촌운동가이며 반(反)세계화운동의 지도자 가운데 한 사람인 반다나 시바(Vandana Shiva)의 생애를 중심으로 현실 세계에 대한 그녀의 비판과 미래 세계를 위한 비전을 간단히 살펴보려는 것이다. 우선 그녀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끼친 경험들을 살펴보고, 종교적 배경과 전체적인 철학적 관점을 살펴보고, 그녀가 출판한 여러 저술들 중에 중요한 다섯 권을 중심으로 그 외침들을 순서대로 귀기울여볼 것이다.


1. “생명을 멸절시키는 과학으로부터 생명을 지키는 과학으로”


반다나 시바는 1952년, 인도가 영국의 식민지로부터 독립한 지 5년 후에, 인도의 가장 북쪽에 있는 우타라칸드 주의 수도 데라둔에서 출생했다. 아버지는 삼림 관리인이었으며 어머니는 자연을 사랑한 농부였다. 우타라칸드 주는 히말라야 산맥의 장엄함과 힌두교의 많은 신전들로 인해 흔히 “신들의 땅”이라 불리는 지역이다. 반다나 시바는 어려서 가톨릭 학교와 수녀원에서 공부했다. 그녀는 일생에 중대한 영향을 끼친 몇 가지 사건들을 경험했다. 첫째로, 스물한 살 때 봄베이의 바브하 원자력연구소에서 핵물리학을 전공하던 그녀가 인생의 방향을 바꾸게 된 것은 당시 의사였던 언니 미라(Mira)의 조언 때문이었다. 핵에너지 전환과 연쇄반응에 몰두해 있던 그녀에게 언니는 핵의 위험성을 지적함으로써 그녀의 무지를 깨닫게 했다. 젊은 시절의 이런 깨달음을 통해 그녀는 핵물리학자로서 성공하려던 야심을 접고 “생명을 멸절시키는 과학으로부터 생명을 지키는 과학으로 방향을 전환했다”1)고 말한다. 이런 방향전환을 거치면서 그녀는 과학지식과 권력 사이의 관계, 전쟁과 이윤 중심의 과학 속에 들어 있는 인류 사회에 대한 무책임성, 그리고 위험한 기술들을 민주적으로 통제할 수 없게 만드는 과학계의 관행에 대해 깨닫게 되었다. 둘째는 “칩코운동”(chipko movement)이었다. 1970년대 초반부터 정부의 삼림 벌목에 반대하여 여성들이 숲과 나무들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며 나무를 감싸 안는 “칩코운동”을 벌이기 시작하여 1980년대에는 인도 전역으로 확산시켰던 곳이 바로 그의 고향 우카라칸드였다. 반다나 시바는 캐나다에서 유학하던 중에 방학 때 고향에 오면 “칩코운동”에 참가했다. 그녀는 이 경험을 통해 자신의 의식 속에서 “생태학과 행동주의와 사회정의가 결합”2)되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2. “권력이 없는 민중들을 위해 봉사하는 과학을 위해서”


반다나 시바는 캐나다 온타리오에 있는 겔프대학교에서 과학철학으로 석사학위를 마친 후 캐나다 웨스턴온타리오대학교에서 양자물리학의 철학적 토대에 관한 논문을 제출하여 1979년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 후 인도의 방갈로레에 소재한 <인도과학연구소>와 <인도경영연구소>에서 과학, 기술, 환경 정책에 관한 학제간 연구를 수행했다. 그러나 과학지식이 권력자들을 위해 봉사하며 행동주의와 결별한 상태라는 판단 때문에, “권력이 없는 민중들을 위해 봉사하는 과학”을 연구하며, 또한 서양 대학에서 배운 지식만이 아니라, “전문가와 비전문가 사이, 주체와 객체 사이를 인위적으로 나누지 않는 민중들의 토착적인 지식들”3)을 통합하기 위해 1982년, 그녀가 서른 살이 되던 해에 자신의 고향 데라둔의 한 외양간에서 <과학․기술․생태학 연구재단>을 설립하고 그 대표를 맡아 활동하면서, 농촌운동만이 아니라 “다양성을 위한 다양한 여성 모임”을 주도하고 있으며, “국제식량권리”(International Food Rights)와 “세계화에 관한 국제포럼”(International Forum on Globalization)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반다나 시바는 이처럼 과학철학적인 연구와 농촌운동의 현장경험, 그리고 국제적인 연대운동을 경험을 살려서 반생명적인 세계현실의 뿌리와 착취 구조를 구체적으로 알리고 지식인들과 민중들의 연대를 위해 그동안 20여 권의 책들과 500여 개의 논문을 발표했다. 대표적인 책들은 『살아남기』(Staying Alive: Women, Ecology and Development, 1988, 2010), 『녹색혁명의 폭력』(The Violence of the Green Revolution 1992), 『종자 해적』(Biopiracy: the Plunder of Nature and Knowledge, 1997),『누가 세계를 약탈하는가』(Stolen Harvest: The Hijacking of the Global Food Supply, 2000),『물전쟁』(Water Wars: Privatization, Pollution, and Profit, 2002),『지구 민주주의』(Earth Democracy: Justice, Sustainability, and Peace, 2005),『석유가 아니라 토양』(Soil Not Oil: Environmental Justice in a Time of Climate Crisis, 2008) 등이다. 그녀는 2004년에 영국의 슈마허대학과 공동으로 지속가능한 생활을 추구하는 국제적인 대학을 고향 우타라칸드 주의 데라둔에 설립해서 현재 전 세계의 젊은이들을 교육시키고 있다.


3. “자연은 종 다양성의 의지를 갖고 있다”


반다나 시바의 이처럼 활달하고 폭넓은 인생 여정에 가장 중요한 자양분을 제공한 것은 인도의 오랜 종교적 전통과 세계관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힌두교 전통은 숲과 강을 “신(神)들의 몸”으로 간주하여 거룩하게 여긴다. 자연(Prakriti)을 “우주의 여성적이며 창조적인 원리(Shakti)가 표현된 것”으로 믿고, 이 원초적인 에너지(Shakti)가 “만물의 실체이며 만물 속에 스며있다”4)고 믿기 때문에, “한 마리의 소 안에서 우주 전체를 보고, 그래서 소를 그 나름의 지능과 자기 조직화 능력을 지닌 하나의 살아 있는 존재로서 보호”5)하는 것이 인도의 우주론적 전통이다. 또한 이 전통은 자연을 “무진장한 풍요의 원천”으로 경배하며, 자연의 자발적 활동은 “다양성의 의지(will-to-become many)를 갖고 있다”6)고 보는 생태학적 세계관이다. 이 전통은 실제로 오래 전부터 인도의 모든 가정에서 키우는 신성한 작은 풀 ‘툴시’(Tulsi)에게 여성들이 매일 물을 주면서 우주와의 관계를 새롭게 갱신하며,7) 새로운 종자를 파종하기 전에 먼저 경배하고 수확할 때도 축제를 통해 “수백만의 생명들을 먹여 살리는 어머니 대지”8)에 감사하며, “종 다양성과 생태학적 방법에 기초한 여성 중심적이며 자연 친화적인 경작방식”9)을 통해 삶을 이어가는 민중적인 지혜 전통이다. 이처럼 종 다양성을 강조하는 전통은 인간에 대한 이해와 사회를 구성하는 데서 “생명의 그물망”에 대한 존중을 가장 중요한 원리와 가치로 삼는다. 이런 지혜 전통은 인간의 “생태학적 정체성”을 가장 근본적인 정체성으로 간주한다. 즉 “우리는 우리가 먹는 음식, 우리가 마시는 물, 우리가 호흡하는 공기인 것이다.”10) 그러므로 우리가 음식과 물과 공기에 대해 민주적으로 통제할 수 있어야만, 우리는 자유와 창조성을 누릴 수 있으며, 공동체 안에 정의와 평화가 이루어지며, 또한 인류 문명도 지속가능하다고 믿는다. 또한 인도의 이런 종교적 전통은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하기 전에, 그 행동이 다음 일곱 세대 후의 자손들에게 끼칠 영향을 고려할 정도로 미래 세대의 안전을 배려하는 문화 전통이다.11)

   

4. “정신의 단일경작은 왜곡된 인식과 식민주의적인 폭력을 초래한다”


이런 깊이와 활기를 지닌 인도의 우주론적이며 생태학적이며 민중적인 종교문화 전통 속에서 성장한 반다나 시바는 시장자본주의 체제, 특히 가난한 사람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반(反)생명적 현실과 구조에 대해 거의 본능적으로 비판하고 저항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자신의 영혼 속에 배어든 인도의 종교 전통과는 매우 다르며 그 가치가 전도된 세계 현실이기 때문이다.

반다나 시바에 따르면, 오늘날의 시장자본주의경제 체제에서는 “자연”(Prakriti)을 인간이 정복하고 착취할 대상인 “천연 자원”으로 인식하고, “위대한 어머니”(Great Mother) 대지를 단순한 “물질”로 인식하며,12) “땅”을 모든 생명이 공유하고 있는 삶의 터전(commons)이 아니라 “사유재산”으로 인식하며,13) “세계”를 “시장”으로 간주하며 “타자”를 “착취 가능한 원료이거나 처분가능한 쓰레기”로 인식한다.14) 자연과 마찬가지로 생명을 낳고 양육하는 “생존의 전문가”인 여성들을 “무가치하며 수동적이며 처분가능한 존재”로 인식하며,15) 하늘과 땅과 인간의 공동 작품인 신성한 생명체들에서 얻는 식량을 단순한 “상품”으로 인식하며, “종자”를 “재산”으로 간주하며 “종자 비축”을 “원시적인 방식”으로 인식하며, 모두가 마실 물에 대해서조차 “독점권”을 인정하며, “생산자”인 자연을 파괴하고 여성을 종속시키는 것을 “진보”라고 인식하며,16) 돈으로 환산될 수 있는 것만을 “생산과 노동”이라고 인식한다. 또한 모든 가치를 오직 경제적 가치로만 환원시키는 것을 “성장”이라고 인식한다.17) 이처럼 “생명의 그물망”과 만물의 “본래적 가치”는 무시되고 “시장 가격”만 중요하게 인식하는 것이 “미신을 극복하는 합리성”18)으로 받아들여지는 일차원적 정신 구조의 세상이 되어버렸다. 인간을 자연의 일부로 생각하지 않고 자연의 재생과 순환 원리를 거스르며 또한 다른 종자의 권리와 미래 세대의 생존을 희생시키며 동시에 가난한 사람들과 자연을 수탈하는 것이 “시장의 필수적인 원리”라고 합리화시키고 “효율성과 생산성”이라는 이름으로 그 수탈을 은폐하는 세상이 되었다.19) “사람들의 건강”과 “자연의 건강”보다는 “시장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고 더욱 크게 보도되는 세상이 되었다.20) 심지어 가장 위험하고 더러운 핵 발전을 “청정 에너지”라고 주장하는 세상이다.21) 사람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자연을 보호하는 것이 “보호주의” 혹은 “무역 장벽” 혹은 “투자 방해”로 간주되고,22) 기업들의 법적인 권리는 증가하는 반면에 인간과 다른 생명체들의 권리는 무시되고 있으며, 세계 부(富)의 창출이 실물 거래가 아니라 국제 투기 자본의 비생산적이며 가상적인 거래, 그 “카지노 게임”(casino game)을 통해서 이루어지며,23) 오직 “힘이 곧 정의”라는 “카우보이 경제학”(Cowboy Economics)24)이 날뛰는 세상이 되었다. 결국에는 경제가 성장할수록 더욱 많은 사람들이 굶주리게 되며 생태계가 파괴될 뿐 아니라, “일자리도 줄어들고, 행복과 안전과 자유와 미래도 줄어드는”25) 세상이 되었다.

반다나 시바는 이처럼 이기적이며 단세포적이며 환원주의적인 “정신의 단일경작”(Monoculture of the Mind)이 초래하는 왜곡된 인식은 권력자들로 하여금 다양성을 “질병”으로, “획일성과 동질성”을 “진보와 성장”으로 간주하도록 만들어, 자연과 여성과 제3세계를 정복하고 착취할 대상으로 삼는 식민주의적 폭력을 초래했다고 본다.26) 그 폭력은 구체적으로 단일 작물 중심의 “녹색혁명”과 “유전공학”을 통해 자연 속의 종 다양성을 파괴했으며, 사회적으로는 외적인 통제를 통해서 “획일성과 동질성”을 강화시킴으로써 권력을 더욱 증가시키려는 정치경제적 권력 집중을 초래했다. 단적인 예로, 식물들 가운데 식량으로 재배되었던 종자들은 모두 7,000종이었지만, 현재는 “단지 30종의 작물이 전 세계 칼로리 섭취량의 90%를 제공하며, 이 중에서도 단지 네 가지 종―쌀, 옥수수, 밀, 콩―이 세계 무역을 통해 전 세계가 소비하는 칼로리와 단백질의 대부분을 제공하고 있는”27) 철저한 단일경작의 현실이 되었다. 결과적으로 이처럼 생명을 산출하고 양육하는 “우주의 여성적이며 창조적인 원리”가 현실 세계에서 죽어가면서 생태계의 위기가 초래되었고, 그와 더불어 가정과 사회에서 음식과 물과 생계를 마련하는 여성의 역할과 위치가 사회경제적인 폭력 구조 앞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 식민지적 착취와 죽임의 세상이 초래되었다. 자연의 다양성을 파괴하는 문명은 자기-파괴적이며 지속 불가능한 문명이다. 이런 세계 현실을 깨닫게 된 반다나 시바는 즉각적으로 저항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5. “계몽주의 시대 이후의 신성한 두 기둥이 초래한 역설”


따라서 반다나 시바는 반(反)생명적인 현실에 우선 철학적으로 비판한다. 그녀는 계몽주의 시대 이후 가장 신성한 것으로 숭배되어 왔던 현대 과학기술과 경제발전이라는 두 기둥이 실제로는 “생명의 신성함”을 상실한 것이며 “종 다양성”을 파괴하는 독점 지향적인 것이기 때문에, “계몽”(enlightenment)이 전 세계에 빛과 희망을 주는 것이 아니라 역설적으로 “어둠과 멸종을 확산시키고 있다”고 비판한다.28) 계몽주의 이후 자신들이 횃불을 들고 간다고 주장한 자들이 인류를 암흑 속으로 인도했으며, 반면에 “암흑과 무지 속에 사는 자들이라고 선언되었던 자들”이 실제로는 “계몽된” 자들이었다는 비판이다.29)

반다나 시바는 시장자본주의 체제에서 과학기술과 발전이라는 미명 아래 이처럼 “생명의 신성함”을 부정하고 “자연이 경제생활의 토대이며 모체”라는 사실을 간과함으로써 “종 다양성”과 여성과 농민과 자연을 파괴하는 반생명적 문명이 모두 서양 가부장주의와 환원주의적인 과학 지식의 산물이라고 비판한다.30) 왜냐하면 우주의 여성적이며 창조적 원리가 구현된 자연의 특징은 1) 창조성과 생산성, 2) 종 다양성, 3) 인간을 포함한 만물 사이의 상호연결성, 4) 인간과 자연 사이의 연속성, 5) 자연 속의 생명의 신성성인 반면에, “인간”과 “환경”을 분리시키는 서양의 데카르트적 이분법은 자연에 대한 인간의 정복을 용인하며, 자연의 특징을 1) 비활성적이며 수동적이며, 2) 획일적이며 기계론적이며, 3) 자연 자체 안에서 파편화할 수 있으며, 4) 인간과 분리된 것이며, 5) 열등한 것으로서 인간에 의해 지배당하고 착취될 수 있다는 세계관을 만들어냈다고 보기 때문이다.31) 가부장적이며 환원주의적인 농업을 상징하는 것이 바로 단일경작과 독점, 그리고 가난한 여성들의 생태적 농업을 파괴하는 제초제 이름에 붙여진 전쟁 용어들(Roundup[소탕], Machete[칼], Lasso[올가미], Pentagon[국방부], Prowl[총기 소지 검사], Scepter[홀], Squadron[비행 중대], Cadre[간부], Avenge[보복])이다.32)

반다나 시바는 서양의 이런 이분법적이며 기계론적이며 가부장적인 세계관이 전통적인 우주-생태론적 세계관을 대체하고, 자연과 여성을 동시에 파괴하는 “개발 패러다임”을 만들어냈다고 지적한다. 그녀는 현대의 이런 “이분법의 존재론”이 여성과 자연에 대한 “지배의 존재론”을 만들어냈으며 개발과 착취와 폭력을 초래했기 때문에, “여성적이며 창조적인 생명 원리”와 자연과 사회 사이의 “존재론적 연속성의 원리”에 입각해서 “자연의 인간화와 사회의 자연화”33)를 성취할 수 있어야만 지속가능한 미래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가치가 완전히 전도된 세계에서 “처분 가능한 쓰레기”와 같은 존재로 여겨졌던 제3세계 여성들의 생존에 대한 전문가적인 지식, 곧 생명과 자연의 신성함과 다양성이라는 여성적이며 창조적인 원리에 기초한 인식론적이며 생태학적인 해방 없이는, 현대 문명이 지속가능성도 없고 생존도 불가능하다고 그녀는 확신하고 있다.

이런 확신과 미래에 대한 비전을 품고 살아온 반다나 시바의 삶은 그녀가 1993년에 “제3세계인들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바른 살림 상”(Right Livelihood Award) 수상 연설에서 밝힌 것처럼, “지난 20년 동안 나의 활동을 이끌어왔던 것은 네 가지 열정이었다. 그것은 지식에 대한 탐구, 자유에 대한 갈망, 정의에 대한 관심, 자연에 대한 깊은 사랑과 존경이었다.”34)


 6. “식량 안보는 종자 주권 확보에 있다”


반다나 시바가 “생명을 지키기 위해” 무엇보다 먼저 여성과 식량과 개발 문제에 관심을 집중하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인도는 전체 인구(2011년 현재 12억 명에 육박한다) 가운데 약 75%가 농업에 종사하면서도 전체 인구의 25%가 빈곤층에 속할 정도로 가난과 영양실조가 만연한 국가이며, 또한 1951년부터 시작된 5개년 경제개발 사업들로 인해 환경파괴가 광범위하게 진행된 현실에서, 그 원인을 분석하는 작업만이 아니라 식량생산과 소비의 전문가들인 여성들의 지식을 회복하는 일이 절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다나 시바의 일생에 중대한 영향을 끼친 세 번째 깨달음은 1987년에 다크 함마슐드 재단에서 조직한 생명공학에 관한 회의에 참가해서, “거대 화학 회사들이 특허와 유전 공학과 합병이란 방법으로 농업을 통제하기 위해 ‘생명 과학’ 회사로 탈바꿈하고 있다”35)는 깨달음이었다. 반다나 시바는 “그 회의에서, 나는 저항을 통해서 그리고 창조적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이후 10년 동안의 나의 삶을 생명과 생물 자원의 독점을 방지하는 데 바치기로 결심하였다”36)고 회고했다. 이 깨달음은 한마디로 말해, 생명을 지키는 과제가 일차적으로 다국적기업들의 종자 특허권과 유전공학을 통한 유전자 변형 작물, 그리고 종자 회사들에 대한 인수합병을 통한 수탈체제에 맞서는 정치경제적 과제로서 “식량안보는 종자 주권 확보에 있다”는 깨달음이었다. 듀폰, 몬산토, 카길과 같은 세계 굴지의 다국적기업들이 온갖 거짓 신화들37)을 내세워, 식물과 종자들에 대한 특허권을 독점하기 위해 토착 종자회사들을 인수 합병할 뿐만 아니라 수천 년 동안 재배해왔던 토착 종자들에 대해 특허권을 강탈하거나 사소한 유전자 변형을 시켜 지적 재산권(IPR)을 주장함으로써 제3세계를 약탈하는 현실에 대해 이처럼 반다나 시바가 처음 눈뜨게 된 것은 인도가 1991년 7월 외환위기로 인해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고 구조조정(SA)을 통해 농업의 무역자유화가 도입되기 4년 전이었으며, 1995년에 창설된 세계무역기구(WTO)가 “무역관련 지적 재산권 협정”에 따라 종자 비축과 종자 공유를 불법화하기 거의 10년 전이었다.

그만큼 반다나 시바는 다국적기업들의 제3세계 수탈체제가 인도에 본격적으로 상륙하기 전에 다크 함마슐트 재단이 조직한 그 생명공학 회의를 통해 미리 그 위험성에 대해 눈뜨게 되었고 그에 대해 이론적으로 대비책을 강구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반다나 시바는 1992년에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과 농업”에 관한 전국 회의를 열었으며, 10월에는 농민대회를 통해 간디의 “사티아그라하” 운동 즉 진리추구와 불의한 권력에 대한 비협력 저항 정신을 계승하고자 “종자 사티아그라하” 운동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1993년 10월 2일에는 인도 전역에서 50만 명의 농민들이 방갈로어에 모여 종자들에 대해 지적 재산권을 부과한 세계무역기구(WTO)의 결정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또한 기후변화로 인한 재앙이 확산되고 있는 현실에서 제리 맨더, 랄프 레이더, 제레미 리프킨 등과 더불어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대한 대안을 찾고 국제적으로 연대하는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7. “15만 명의 농민들이 빚 때문에 자살”한 나라에서 “다양성의 풍요함”을 찾는 운동


이처럼 수천 년 동안 재배해왔던 전통 종자들에 대한 권리마저 다국적기업들이 주장하는 “특허권”과 “지적 재산권”이라는 명분으로 강탈당할 상황이 되자, 반다나 시바는 1991년에 ‘나브다냐’(Navdanya) 운동을 시작하여 20년 넘게 그 운동을 주도하고 있다.38) ‘나브다냐’는 “아홉 개의 씨앗”이라는 뜻이며, “새로운 선물”이라는 뜻도 갖고 있다. “다양성의 풍요함”을 아름답게 상징하는 이름이다. 이 운동은 “녹색혁명”이 주장하는 신화들처럼 식량 증산을 위해 단일작물을 재배해야 하며 화학비료와 석유에 의존해야 한다는 산업형 농업39)이 실제로는 종 다양성을 파괴하고 토지의 비옥도를 떨어뜨리고 식량 생산량을 오히려 줄어들게 만들어 가난한 사람들을 더욱 굶주리게 만들며 땅을 파괴할 뿐 아니라, 종자와 비료와 농약 가격 상승으로 인한 영농비 상승에도 불구하고 식량 무역자유화로 인해 식량가격이 폭락함으로써 빚더미에 올라앉게 된 농민들이 15만 명이나 자살하는40) 결과를 초래한 마당에, 쌀과 밀처럼 중요한 종자들에 대한 권리까지 송두리째 강탈당할 위기 상황에서, 전통적인 농법을 따라 종 다양성을 지키고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는 유기농법과 공정거래를 확산시킨 전국적인 농촌운동이다. 인도의 농민들은 오랜 세월에 걸쳐 이종교배와 기술 혁신을 통해 “20만 가지의 다양한 쌀 품종을 개발”41)했지만, 많은 쌀 품종을 비롯해서 콩과 겨자 등에 대해 지적 재산권을 주장하는 해외 다국적기업들이 강탈해버린 것이다. 이것은 “종자 해적”(bio-piracy) 행위가 분명하지만, 미국의 특허청은 이런 해적 행위를 보호하고 있는 현실이라서 오히려 농민들이 종자를 비축하는 것을 범죄행위로 처벌하는 현실이다.42) 이처럼 종자들에 대한 해외 기업들의 지적 재산권 주장과 유전자 조작 식품에 맞서서 반다나 시바는 토종 종자 보호운동을 벌여 전국에서 2000개 이상의 쌀 품종 종자에 대한 권리를 보전했으며, 전국에 34개의 공동체 종자 은행을 설립하여 소규모 농민들의 자립과 상부상조를 돕고 있다. 태풍과 쓰나미로 인해 논에 바닷물이 덮쳤을 때는 염분에 견디는 벼 품종(Seeds of Hope)을 나누어주기도 했다. 그 결과 이 운동에는 전국적으로 20만 명이 참여하고 있으며, 화학비료를 사용하는 농가들보다 수입이 세 배 이상 많게 되었다.43) 결론적으로 그는 “‘자유무역’의 신화와 세계 경제는 부유한 나라가 가난한 나라의 식량권과 심지어 생명권을 수탈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44)고 비판할 수 있게 되었다.


8. “세계화”와 “자유무역”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신식민주의 수탈전략


반다나 시바는 이처럼 국제 자본의 첨병인 다국적기업들이 “특허와 유전공학과 합병이란 방법”을 비롯해서 “세계화”와 “자유무역”이라는 이름으로 제3세계를 수탈하는 방식은 제국의 세계 지배전략의 연장으로서 매우 조직적이며 치밀한 전략이었음을 밝힌다. 역사적으로 인도는 동인도회사(1600년)의 진출(1717년) 이후 1947년 독립 때까지 영국의 식민지 지배로 수탈당했다. 세계 제일의 인도 방직업(면과 비단)이 19세기 초에 영국의 높은 관세율(70~80%)과 인도의 낮은 관세율(2.5%)로 인해 붕괴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45) 식민주의는 무역을 통제하려는 욕구에서 생긴 것이며, 이런 식민주의적 수탈체제가 만든 토대 위에서 오늘날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통한 기업 지배가 계속되고 있으며, 민중과 자연에 대한 수탈이 계속되고 있다는 판단이다.46) 세계화는 “평화와 번영”을 약속하지만, 인도에서 무역 자유화 이전에는 식량부족으로 죽는 아이들이 없었지만, “2002년에는 아동 사망의 47%가 식량부족 때문에 사망”47)하는 현실에서 평화와 번영에 대한 약속은 거짓이라고 밝힌다. 반다나 시바는 세계무역기구(WTO)의 규칙들은 제3세계의 시장을 개방하기 위한 것이며, 또한 소농들을 기업 농업으로 바꾸려는 것으로서, “자급자족하는 식량경제를 대외 의존적인 식량경제로 바꾸려는 카길(Cargil) 사의 계획을 성사시키는”48) 전략이라고 단언한다.

이처럼 20세기 중반 이후 국제 자본의 기본 전략은 브레튼우즈(Bretton Woods)체제 곧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을 통해 막대한 “오일 달러”를 제3세계에 “개발원조”로 제공한 후 점차 외채 이자율을 높이는 방식을 통해 “외채의 덫”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만드는 수탈전략이었다.49) 1990년대 초부터는 미국 재무부와 월스트리트 자본과 국제통화기금의 삼각편대를 통한 이윤을 극대화하고자 남미와 아시아의 제3세계 국가들에서 외환위기를 조장했다. 그 결과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은 국가들에게 한편으로는 구조조정을 통해 긴축재정에 의한 복지비를 삭감시키고, 민영화를 통해 철도, 전기, 통신, 수도 등 공적 기업을 인수합병할 수 있게 만들었고, 기업들에 대한 규제완화를 통해 소위 “노동 유연성”을 높임으로써 인수합병을 통한 이익을 극대화하도록 했으며, 동시에 금융시장 개방을 통해 기업의 투명성을 높이고 기업 인수합병 전략을 사용하여 종묘(種苗) 회사들까지 장악했던 것이다. 심지어 칠레처럼 채무불이행이라는 국가 파산 위기에 직면한 국가들에게 수도 사업권을 해외 기업에 넘겨주는 조건으로 새로운 차관을 빌려주기도 했다.50) 다른 한편으로는 세계무역기구(WTO) 규정들을 통해 자국의 산업보호를 위한 무역장벽을 철폐시킴으로써 미국 정부의 막대한 보조비를 받아 생산된 값싼 농산물을 수입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 세계 산업형 농업체제에 편입되도록 만들었다. 이로써 제3세계의 수많은 농민들을 파산하도록 만들었다. 또한 식물과 종자들에 대한 “특허권”을 주장하고 “무역 관련 지적 재산권 협정”을 통해 전통적인 지식들을 강탈하고 종자 비축과 종자 공유를 불법으로 만들어버림으로써 제3세계의 농업이 영원히 다국적기업들에 수탈당하도록 만들었다. 한국의 경우, 청양고추와 삼복 꿀수박, 금싸라기 참외, 불암 배추 등 토종 종자들에 대한 특허권을 갖고 있었던 국내 종묘(種苗)회사들이 IMF 이후 이런 외국 기업들에게 인수합병됨으로써 그 특허권에 대한 로열티를 지불해야 하는 종자들이 2000개가 넘는 것으로 최근 보도되었다.51)

반다나 시바는 전 세계 곡물 수출의 90% 이상을 통제하고 있는 듀폰, 카길, 몬산토 등 세계 6대 “곡물상인들”은 세계무역기구의 출범을 가져온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의 우루과이 라운드 타결에 적극 관여하고 국제 무역협정들을 수립하는 데 적극 관여했을 뿐만 아니라,52) 종자와 화학 비료, 농약, 제초제, 살충제 시장도 통제하고 있으며, 곡물 저장시설과 수송시설도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곡물가격을 통제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경고한다. 특히 국제자본이 제3세계 국가들의 주권마저 상당부분 강탈한 조치는 1995년부터 1998년 사이에 OECD 국가들이 비밀리에 협상한 “다자간 투자 협정”(MAI)으로서, 외국인 투자와 외국기업들의 활동에 대한 모든 법적 규제를 제한시킨 조치였다.53) 국제 자본이 약소국들의 지방자치 단체들과 국가의 주권마저 강탈한 조치였다. 전 지구적인 저항운동으로 인해 “다자간 투자 협정”은 무효가 되었지만, 그와 유사한 무역협정 조항 때문에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속한 멕시코와 캐나다 정부가 미국 회사들로부터 소송을 당해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입고 있는 현실이기 때문이다.54)


9. “불임 종자들”과 “재식민화 시대를 위한 ‘간디의 물레’”


반다나 시바는 다국적기업들이 세계 농업 시장에서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 가운데 가장 가공할 사태로서 몬산토 사가 1998년에 유전자 변형을 통해 “불임 종자들”(Terminator seeds)을 개발하여 전 세계 농촌으로 확산시킨 사태를 지적한다. 불임 종자들은 식물의 DNA를 선택적으로 프로그래밍함으로써 자신의 배아를 죽이도록 만드는 유전공학 기술로 인해서, 그 식물들이 다음 세대에는 싹을 틔울 수 없게 만들어 농민들이 해마다 새 종자를 구매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 종자들이다. 반다나 시바는 이런 “불임 종자들” 때문에 제3세계에서 10억 명 이상의 가난한 농민들이 식량 안보를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할 뿐 아니라, “국제농촌진흥재단”의 추정을 인용하여 “2010년 경에는 터미네이터 및 관련 종자 시장이 연간 200억 달러에 달하는 전 세계 상업 종자 시장의 80% 또는 그 이상을 차지하게 될 것”55)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훨씬 더 위험한 사태는 “자연의 놀라운 적응력과 그 기술이 아직까지 대규모로 시험된 적이 없다는 사실을 고려해 볼 때, 터미네이터 유전자가 주변의 식량 작물이나 자연 환경으로 퍼져 나갈 가능성”56)으로서 “종자 식물들 사이에 생식 불능의 상태가 점진적으로 확산된다면 그 결과는 궁극적으로 지구에서 인간을 포함한 고등 생물들이 전멸하는 전 지구적인 대재앙이 될 것”57)이라고 경고한다. 비록 국제적인 분노 앞에서 몬산토 사는 1999년 10월에 “터미네이터 기술의 상업화 계획을 포기한다”고 발표했지만, 몬산토를 비롯해서 이윤 극대화와 독점에 눈이 먼 다국적 기업들은 “종자 통제 기술을 비롯한 다른 위험한 기술들을 계속 개발할 것”58)으로 예상한다. “불임 종자”사태는 “광우병” 사태처럼, 다국적 기업들의 탐욕 때문에 “기계와 생물의 차이, 초식동물과 육식동물의 차이”를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자연과 생명을 과학적 조작 대상으로 삼는 극단적인 사례를 보여준 것이다. 식물과 동물의 권리만이 아니라 소비자의 권리는 부정되는 반면에, 해롭고 위험한 식품을 먹게 만드는 기업들의 권리는 절대시되는 끔찍한 사례이다.

반다나 시바는 “간디의 물레”가 비록 작지만 자유의 상징이며 저항과 창조성의 힘의 원천이었던 것처럼, 강대국들이 세계화라는 이름으로 “자유 무역”을 통한 “재식민화 시대”를 펼치는 오늘날에는 “종자”가 비록 작지만 다양성의 상징으로서 “간디의 물레”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일차적으로 농민들의 종자 권리를 지키는 일에 헌신하였다. “다양성을 보전하는 일은 사회와 자연, 경제와 지식체계의 대안”인 동시에 “생존 명령이며, 모든 생명의 자유의 전제”59)라는 확신 때문이었다. 이처럼 소수의 다국적 기업들이 세계 식량을 통제함으로써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시키는 “식량 독재” 시대에 “식량 민주주의 운동”을 펼치며 제3세계의 식량권을 수호하기 위한 그녀의 이런 노력들로 인해 농촌과 식량 문제와 환경 문제에서 정의를 추구하는 국제적 연대운동은 세계 평화운동의 토대가 된다는 점에서 2010년에는 시드니 평화상을 수상했다.


10. “시장자본주의경제를 ‘자연의 경제’로 바꾸는 것이 지구 민주주의의 핵심이다”


반다나 시바의 저술들 속에 나타난 관심의 초점은 철학적인 문제로부터 구체적인 사회경제적인 문제로, 국지적인 문제로부터 세계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로 점차 넓어지며, 분석으로부터 점차 분명한 대안을 제시하는 방향으로 발전하였다. 즉 (1) 후기 식민주의 프로젝트이며 서양 가부장제 프로젝트로서의 개발로 인한 식량 부족과 생태계 파괴와 가난한 여성의 생존위기(1988년)에서 출발해서, (2) “녹색혁명”을 통해 세계은행, 세계무역기구, 국제통화기금이 약소국들의 경제 주권을 납치함으로써, 경제적 불안정을 종교와 인종 문제에 호소하는 근본주의자들의 테러리즘(1992년), (3) 다국적기업들의 종자 해적 행위를 통한 식량 약탈 문제(2000년)를 거쳐, (4) 기후변화로 인한 “물 전쟁”과 다국적기업들의 민영화로 인한 물 사업 독점 문제(2002년)로 확대된다. 20세기가 석유 전쟁 시대였다면, 21세기는 “물 전쟁의 시대”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화의 이중적인 파시즘,” 즉 식량과 물 같은 자원들에 대한 민중의 권리를 파괴하는 경제적 파시즘과 민중들의 경제적 불안을 먹고 자라는 근본주의자들의 파시즘에 어떻게 대응하는가에 따라 민중의 생존이 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60)

(5) 반다나 시바는 30년 동안의 자신의 현장 경험들과 세계화에 대한 전 세계 민중의 저항운동들, 특히 1999년의 세계무역기구(WTO) 회의에 대한 시애틀 데모와 2003년 칸쿤 데모를 통해, 세계 시민들의 정의와 평화운동, 환경운동의 다양한 가치관을 반영시켜, 다국적기업들의 세계화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 “지구 민주주의”(Earth Democracy)이다(2005년).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각국의 경제적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세계적인 경제적 독재를 확립했으며, 국가의 주권을 박탈함으로써 “증오와 공포의 문화” 그리고 종교적 근본주의자들의 폭력을 초래했는데, 그 근본원인은 “시장 경제”의 토대가 되는 “자연의 경제”와 “생계의 경제”를 무시했기 때문이다.61)

“지구 민주주의”는 모든 생명이 “지구 가족”이라는 고대의 인식과 세계 시민들의 참여와 다양성과 연대의 파트너십에 입각하여, 폭력이 아니라 비폭력, 독점이 아니라 공유, 배제가 아니라 포용의 세계를 향해 나아가려는 구체적인 기획이다. 그 정신적 토대는 모든 생명이 “지구의 자녀”라는 인식에 기초한 내재적 가치와 인간의 우주론적 존재론과 만물의 생태적 상호의존성으로서, 모든 생명이 지구의 구성원으로서의 생존을 위해 식량, 물, 건강, 교육, 직업에 대한 권리를 갖고 있다는 의식이다. 반다나 시바는 실제로 유럽 특허국과 10년 넘게 님(Neem) 나무에 대한 특허권 분쟁에서 승리했으며, 인도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쌀 품종에 대한 라이스텍 사와 지적 재산권 분쟁에서 4년 동안 싸워 승리했으며,62) 그밖에도 제3세계의 여러 중요한 저항운동을 소개한다.  


11. “기후변화를 완화시키는 길은 흙 중심의 생활방식이다”


반다나 시바는 2008년에 출판한 『석유가 아니라 흙』(Soil Not Oil)에서, 인류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가장 긴박한 위기를 “3중적인 위기,” 즉 기후 위기와 에너지 고갈 위기 그리고 식량 위기로 판단한다. 그 중 식량 위기는 가난한 사람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가장 절박한 위기이지만, 기후 위기와 에너지 고갈 위기가 식량 위기를 더욱 악화시키는 현실에서, 화석연료와 수출 중심의 무역 자유화협정에 의존한 급격한 경제성장은 기후변화로 인해 물거품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63) 반다나 시바는 기후변화가 산업혁명이라는 화석연료 중심의 산업화가 초래한 결과이기 때문에, 기후변화를 완화시키기 위해서는 탈석유(post-oil)와 탈산업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64) 따라서 지금 지구의 관점에서 필요한 조치는 화석연료 대신에 재생 에너지로, 연료를 많이 소비하는 장거리 무역 중심이 아니라 지역 중심의 자급자족 경제로, 화학비료를 통해 땅의 비옥도를 파괴하는 석유 중심의 산업형 단일경작 농업이 아니라 유기적인 다품종 생태 농업으로, 자본과 시장의 탐욕 중심이 아니라 지구의 종 다양성 중심의 구조로 경제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는 일이 절실하다.65)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진국들이 “3중적인 위기”에 대한 “해결책”으로 제시하는 모든 방식들, 예컨대 탄소 거래제나 바이오 연료 혹은 핵에너지, 산업형 농업과 유전자 변형(GM) 작물 재배 등의 “해결책”은 실제로는 다국적기업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거짓 수단에 불과한 것으로서, 가난한 사람들과 자연을 더욱 파괴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오히려 그 위기들을 더욱 악화시키는 것들이지 결코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고 비판한다. 즉 교토의정서가 역사적으로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방출한 38개 최악의 공해 국가들에게 허락한 탄소 배출권은 지구의 대기라는 공유지를 민영화시킨 조치로서, 그 거래는 공해 기업들 사이에 계속 탄소를 배출할 권리를 주는 것일 뿐 아니라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국가들에게는 아무런 혜택이 없어, 결국 공해 배출 기업들만 막대한 이득을 보는 제도로서, 기후변화를 더욱 악화시키는 대책이라고 비판한다.66)

또한 바이오 연료 역시 옥수수와 콩 등 식량을 굶주리는 사람들의 손에서 강탈해서 “자동차에게 먹이는” 선진국 위주의 비윤리적인 정책(휘델 카스트로의 말처럼 “종족학살의 국제화”67))일 뿐 아니라,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25~30%는 삼림파괴에서 비롯되는 현실에서,68) 바이오 연료를 만들기 위해 전 세계에서 더욱 많은 열대우림이 급격하게 파괴되고 있으며,69) 또한 “야자 열매 기름 1톤을 바이오 연료로 사용할 때 이산화탄소 30톤을 배출하게 되는데, 이것은 휘발유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보다 10배나 많은 양”70)이라는 점에서 바이오 연료는 기후변화를 더욱 악화시키며 동시에 세계 식량가격을 높여 굶주림을 더욱 증가시키는 행태라고 비판한다.71)

또한 표준 핵 원자로는 우라늄 100톤을 필요로 하는데 우라늄을 정제하는 과정에는 이산화탄소보다 10,000배나 많은 온실가스가 필요하다는 것이 핵물리학을 전공했던 반다나 시바의 비판이다.72) 이처럼 탄소 거래제나 바이오 연료, 핵 에너지 등의 “해결책”이란 모두 선진국들이 초래한 기후변화를 새로운 기회로 삼아 “자유 시장”을 통해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조치들로서, 마지막 남은 자원을 독점하기 위해 “시장 경제의 토대인 지구의 경제”를 파괴시키는 “에코 제국주의”(eco-imperialism)에 불과하다고 비판한다.73)

대신에 반다나 시바는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경제성장과 개발정책의 환상에서 벗어나 가이아(Gaia)의 시대에 맞추어, 시장과 이윤과 석유 중심의 경제가 아니라 생명과 민중과 지구와 종 다양성 중심의 경제, 기득권층의 배타적인 이익을 옹호하는 정치가 아니라 민중 참여적인 정치, 세계 무역 중심이 아니라 지역경제 중심의 지구 민주주의(Earth Democracy)의 확립을 통해서만 참된 진보와 지속가능성과 정의와 평화의 시대를 열어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74) 가이아에게 좋은 방식은 가난한 사람들과 미래를 위해서도 좋은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유기농법은 토양의 비옥도를 높일 뿐만 아니라 탄소 흡수력을 55%나 증가시키며 수분 유지력도 10% 증가시킨다는 점에서,75) 기후변화를 완화시키는 길은 곧 종 다양성을 보존하는 길이며 식량 안보를 증가시키는 정의와 평화의 길이라고 역설한다.

문명사적 관점에서, 반다나 시바는 현재 세계에서 벌어지는 싸움은 “죽임과 파괴의 경제와 생명과 창조를 위한 다양성의 경제 사이의 싸움”76)이며, “우주와 지구와 지속가능한 인간 공동체들의 작동에서 생겨나는 법칙들과 자본 축적의 법칙들 사이의 충돌”77)이라고 평가한다. 반다나 시바는 이 역사적인 싸움에서 인류가 살아남는 길은 “화석연료가 화석화시킨 우리의 상상력, 우리의 잠재력, 우리의 창조성”78)에서 깨어나서, 우리의 인식의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즉 사회의 “발전”이란 기계적으로 바깥에서 석유와 자본을 투입하여 산업화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생물학에서처럼 자체 안에서 자기 조직화의 능력이 증가하는 진화 과정인 것과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들과 다른 생명체들을 위한 생태공간을 남길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는 인식의 변화를 강조한다.79)

반다나 시바는 이처럼 탈산업화를 향한 문명의 획기적인 변화를 추동할 수 있는 에너지를 “만물의 실체이며 만물 속에 스며있는” 에너지(Shakti), 태초의 우주 진화의 원천이며 우리들 속에 있는 “우주의 여성적이며 창조적인 원리”가 지닌 에너지로 파악한다. 이런 종교적인 에너지가 경제적인 변화와 정치적인 변화를 이끌 수 있는 근본적인 원동력이라는 판단이다. 


12. “몽유병 환자처럼 멸망을 향해 계속 걸어갈 것인가?‘


반다나 시바는 결론적으로 오늘날 경제가 성장할수록, 일자리, 행복, 자유, 미래가 줄어드는 현실에서 “몽유병자처럼 멸망을 향해 계속 걸어갈 것인지, 아니면 지구와 우리들 자신의 잠재력에 대해 눈뜨고 깨어날 것인지”80)를 양자택일하라고 요청한다.

반다나 시바는 이처럼 제3세계 출신 여성 특유의 시각으로 오늘날 세계 자본주의체제가 어떻게 개발과 성장과 진보라는 이름 아래 여성과 농업과 자연을 약탈하는 반(反)생명의 구조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정확하게 비판하고, 농촌 생태공동체 운동과 반세계화운동 등 약탈적인 다국적기업들의 세계화에 맞서서 다양한 저항운동을 조직하고 주도해왔으며, 인류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위기들 속에서 벗어나기 위해 절실히 요청되는 문명전환의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했다.

집안 살림이나 나라 살림을 운영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구성원들이 각자의 잠재성을 충분히 극대화시켜 아름답게 꽃피우도록 북돋아주며, 경쟁과 독점과 배제가 아니라 사랑과 협력과 평화의 공동체를 이루기 위해 각자의 권리와 공동체적 책임을 지키도록 배려하는 일이다. 그러나 가부장제 사회에서는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조장하는 이기적 자기확장 욕구와 무모한 공격성과 자기도취적인 성취욕이 인류문명을 야만적 폭력과 자기파멸로 이끌고 있다는 점에서, 반다나 시바의 현실 비판과 더불어 생명평화의 포용적 세계를 위한 비전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최근에 미국과 유럽의 막대한 재정적자로 인한 긴축재정 때문에 또 다시 초래된 국제금융위기는 단기적 이윤 추구에 눈이 먼 “시장의 실패”이며 금융자본에 대한 감독 소홀과 부자 감세와 기업들에 대한 규제완화 등 기득권 수호에 몰두하고 있는 “정치의 실패”이며 또한 군산복합체가 추동하는 제국주의적인 세계 패권전략에 발목이 잡힌 “국가의 실패”라고 비판받고 있는 현실이다. 따라서 자신들의 기득권 수호에만 몰두하는 정치인들에 대한 환멸감이 깊어질 뿐 아니라 세계 경제회복에 대한 어두운 그림자가 더욱 짙어지는 가운데, 세계자본주의체제 자체에 대한 비판과 풀뿌리 마을 공동체를 중심으로 하는 대안 모색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국제 자본이 제3세계를 약탈하는 세계화라는 체제에 맞서는 반다나 시바의 예언자적 비판과 미래 세계에 대한 비전은 특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우리사회처럼, 자살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고 출산율은 가장 낮은 반면에, 노동자들은 세계 최장 노동시간을 견디어야 하는 사회에서, 국가채무는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은 군비 증강과 부자 감세를 고집하는 현실, 그리고 특히 기후변화로 인해 피해가 급증할 뿐 아니라 농촌과 땅이 함께 죽어가는 현실에서 반다나 시바가 외치는 생존의 길에 대해 모두가 귀를 기울이는 것은 매우 절박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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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역사적 예수 역사적 예수와 예수 살기 / 하늘이 낸 참사람들 11 file 한기연 2013.03.13 34408
공지 기독교윤리 엘리 위젤, <하나님에 대한 재판> 서평 1 file 한기연 2012.07.12 6800
공지 기독교윤리 크리스천 파시스트들과 한국 교회의 평화운동 자료 33 한기연 2012.04.24 57368
공지 조직신학 하나님이 계시냐고요 / 담임선생님 예수 / 홍정수 4 한기연 2012.04.11 89455
공지 기독교윤리 기후붕괴와 대멸종 시대에도 하나님은 전능하며 예수는 구세주이며 교회는 거룩한가 / 김준우 31 file 한기연 2011.12.12 97665
공지 역사적 예수 동정녀 탄생을 믿는다는 것 / 김준우 12 file 한기연 2011.10.23 62354
공지 조직신학 나의 종교경험 -> 나의 복음 -> 나의 신학을 일관성 있게 한 마디로 정리하기 4 한기연 2011.08.21 124985
공지 실천신학 대안교회의 가능성 / 한성수 1 file 한기연 2011.08.02 128894
공지 기독교윤리 핵위험 사회 치닫는 대한민국 1 73 한기연 2011.03.28 174306
공지 조직신학 감리교 종교재판의 전말/ 동작동 기독교와 망월동 기독교 6 file 한기연 2010.11.22 141997
공지 역사적 예수 역사적 예수 담론의 종교문화사적 의미 / 김준우 4 file 한기연 2010.11.14 145059
공지 역사적 예수 신학생들에게 당부하는 말씀 7 한기연 2010.10.28 129353
공지 기독교윤리 2015년까지 모든 석탄 화력발전소를 폐쇄하라! 14 file 한기연 2010.10.02 165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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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PBS Frontline: From Jesus to Christ _ The First Christians (1) 1 한기연 2010.03.27 150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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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5 실천신학 개인구원과 타종교에 대한 배타성은 복음 왜곡 / 한완상 한기연 2011.07.31 11704
944 기독교윤리 제임스 구스타브 스페스, "무자비한 자본주의의 실패를 넘어서야 한다" 1 file 한기연 2011.07.14 12861
943 환경소식 온난화 방치땐 22세기까지 2800조 원 피해 4 한기연 2011.07.11 13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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