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적인 회의에 시달리다가 역사적 예수 연구에 관심을 갖고 찾아오신 분들을 환영합니다.
먼 길을 걸어오신 여러분들이 앞으로 더욱 진실을 통해 자유롭고 풍성한 기쁨을 누리시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역사적 예수 연구 서적들을 처음 읽으시는 분들은 신앙에 많은 충격을 받기 쉽습니다.
영혼이 성숙하는 길이란 항상 낡은 것을 벗어버리고 새 것을 입는 일이기에
남들이 가르쳐준 진실을 때로 벗어버려야 하며 스스로 새로운 옷을 만들어야 하는 일처럼
또는 그동안 익숙하던 지도를 고쳐가면서 새로운 항해를 준비하는 일처럼
진리에 헌신한다는 것은 혼신의 힘을 다해 씨름해야 하는 과정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한 분 하나님"에 대한 믿음에서 모두가 하나님의 한 피붙이라는 확신에서 이 땅에 지배와 착취가 없으며, 이웃과 원수, 죄인과 의인 사이에 차별이 없는 사랑과 나눔과 섬김의 하나님 나라를 건설하려 했지만, 제자들은 이 세상에 교회를 건설했지요. 예수님은 돈이 없어도 행복하게 삶을 경축하면서 더불어 함께 사는 나라(바실레이아 = 제국)을 대안적 공동체로 만들었습니다. 예수님은 이처럼 율법 이후 시대의 철저한 사랑 중심의 공동체운동을 했기 때문에, 당시의 위계적이며 차별적인 로마제국과 종교귀족들에 의해 처형 당했지요. 그러나 예수님의 믿음을 계승한 초기의 신앙공동체 안에서 사람들은 하나님이 주신 존엄성과 무차별적인 사랑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예수님이 '살과 피로' 부활한 것을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손규태 교수가 잘 요약한 것처럼("하나님 나라의 실체와 한국의 현실" 신학비평 50호, 2013 가을), 예수님의 직계제자들인 베드로, 야곱, 요한이 예루살렘에 세운 유대적 기독교는 역사에서 소멸되고, 사도 바울이 지중해 지역의 디아스포라, 즉 흩어진 유대인들 공동체를 중심으로 이방인들을 위해 세운 교회가 오늘날의 교회의 원조가 되었지요. 당시 이방인들은 헬레니즘 사상, 특히 그리스의 본체 형이상학에 물들어 있었기 때문에, 그 사상을 갖고 예수님을 설명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유대의 역사의 예수님은 사라지고, 그리스적인 신앙의 그리스도가 탄생하게 되었지요. 그 대표적인 결과물이 초대교회의 공의회 문서들인데, 그리스도론을 다룬 니케아 신조(325년)이며 삼위일체론을 다룬 콘스탄티노플 신조(481)입니다. 이런 문서들을 해석하고 신학화한 것이 소위 교부들의 신학이며, 이 과정에서 지상의 역사적 예수는 증발되고 천상의 형이상학적 그리스도만 남게 되었지요. 중세에 와서도 달라지지 않아, 아우구스티누스 신학의 기초는 플라톤과 신플라톤주의자들의 철학이며, 중세교회의 표준적 신학인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학도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을 기초로 한 것이지요.
루터와 칼빈 같은 종교개혁자들의 신학 역시 자본주의 초기시대의 심리적 불안과 소외 가운데서 하늘 법정의 재판관이신 하나님의 심판에 대한 두려움에서 출발하여 역사의 예수님은 실종되고 대신에 그리스도와 영적으로 혼인한 신자들의 믿음을 통해 의롭다고 인정받는 칭의교리로 초점을 맞춤으로써, 지상의 하나님 나라는 교회라는 자기정당화를 이어갔을 뿐입니다.
이처럼 전통적 교회 안에서 예수님의 가르침과 비전은 사라지고, 그리스 형이상학에 근거해서 부자들과 권력자들과 결탁하여 민중들, 여성들, 제3세계 민중들, 자연세계에 대한 억압과 착취를 정당화하는 성직자 중심의 기독교는 결국 "민중의 아편"이라는 카를 마르크스의 비판을 받게 된 것입니다. 로빈 마이어스의 책 표지처럼 교회는 예수님의 입을 봉해버린 셈이며, 역사적 예수 연구는 예수님을 교회로부터 구출해서 예수님의 입을 통해 직접 가르침을 받으려는 노력인 셈입니다.
따라서 198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예수 세미나"의 역사적 예수 연구는 교회에서 배웠던 예수님과는 완전히 다른 예수님을 찾아냈습니다. 그래서 그 내용을 충격을 덜 받으면서 책을 읽는 순서를 현재까지 저희 연구소가 발행한 책들을 중심으로 다음과 같이 단계별로 추천합니다.
I. 내 영혼의 성숙을 위한 여행을 하기 위해 마음 준비하는 단계
1. 레슬리 웨더헤드 목사의 <하나님의 뜻>
2. 월터 윙크의 <예수와 비폭력 저항>
3. 존 디어 신부의 <예수의 평화영성>
4. 홍정수 박사의 <베짜는 하느님> <사도신경 살아내기>
5. 리처드 로어 신부의 <불멸의 다이아몬드: 우리의 진짜 자기를 찾아서><물밑에서 숨 쉬기>
II.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기 위해 우선 내가 가진 지도가 틀림없고 쓸만한지를 확인하는 단계
1. 윌리엄 슬로언 코핀 목사의 <나는 믿나이다>,
2. 존 쉘비 스퐁 & 잭 스피로의 <그리스도교 신앙의 뿌리와 날개>
3. 로빈 마이어스, <예수를 교회로부터 구출하라> <언더그라운드 교회>
4. 존 캅의 <생각하는 기독교인이라야 산다> <교회 다시 살리기>
5. 마커스 보그의 <기독교의 심장> <새로 만난 하느님> <예수의 의미>
6. 리처드 호슬리 편, <제국의 그림자 속에서: 신실한 저항의 역사로서 성서 새로보기>
7. 존 도미닉 크로산 & 조나단 리드의 <예수의 역사: 고고학과 주석학의 통합>
8. 잭 넬슨-폴마이어, 한성수 역, <예수를 배반한 기독교>
9. 김경재, 송기득, 오강남, 장회익, 최만자 외 <내게 찾아온 은총: 깨달음을 통한 주체적 신앙>
III. 나에게 익숙했던 옛 지도를 수정하기 위해 대가들에게서 한 수 배우는 단계
1. 존 도미닉 크로산의 <예수는 누구인가>, <예수: 사회적 혁명가의 전기>, <가장 위대한 기도: '주님의 기도'의 혁명적인 메시지>,
2. 존 도미닉 크로산, <첫번째 크리스마스>와 <첫번째 바울의 복음>(마커스 보그와 공저),
3. 로버트 펑크의 <예수에게 솔직히>
4. 리처드 호슬리의 <예수와 제국>와 버튼 맥의 <잃어버린 복음서 Q>
5. 존 쉘비 스퐁의 <기독교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 <성경을 해방시켜라> <새 시대를 위한 새 기독교> <예수를 해방시켜라> <성경과 폭력> <만들어진 예수 참 사람 예수>
6. 로이드 기링의 <기로에 선 그리스도교 신앙>
7. 리처드 루벤슈타인의 <예수는 어떻게 하나님이 되셨는가?>
IV. 고쳐진 지도가 현실과 나에게 잘 맞는지를 확인하며 더욱 넓은 신앙의 바다에서 항해하는 단계
1. 버나드 브랜든 스캇의 <예수의 비유 새로 듣기>
2. 월터 윙크의 <사탄의 체제와 예수의 비폭력> <사탄의 가면을 벗겨라><참사람: 예수와 사람의 아들 수수께끼>
3. 그레고리 라일리의 <하느님의 강>
4. 존 도미닉 크로산의 <비유의 위력: 예수에 의한 픽션이 어떻게 예수에 관한 픽션이 되었는가?>
5. 존 도미닉 크로산의 <성경을 어떻게 읽어야 참 그리스도인이 되는가>
6. 돈 큐핏의 <예수 정신에 따른 기독교 개혁> <떠나보낸 하느님>
V. 개인주의적인 신앙에서 벗어나 하나님의 마음과 열정에 철저하게 헌신했던 예수의 삶과 정신을 오늘의 현실에서 계승하기 위한 단계
1. 김준우 <기후붕괴의 현실과 전망 그리고 대책>
2. 토마스 베리 신부의 <신생대를 넘어 생태대로>, <황혼의 사색>
3. 샐리 맥페이그의 <기후변화와 신학의 재구성>
4. 고든 카우프만, <태초에 창조성이 있었다> <예수와 창조성>
그리고 아브라함 요수아 헤셸의 책들 <사람은 혼자가 아니다> <사람을 찾는 하느님> <어둠 속에 갇힌 불꽃> <누가 사람이냐>, <하느님을 찾는 사람>, 토마스 핸드의 <동양적 그리스도교 영성>, 존 웰치의 <영혼의 순례자들>을 추천합니다.
역사적 예수 연구의 선구자인 존 도미닉 크로산 박사는 드폴대학교 명예교수로서, 미국 성서학회 역사적 예수 분과 위원장을 역임했다. 우리 시대에 가장 탁월한 예수 연구가로 평가받는 그는 1985년에 로버트 펑크 박사와 함께 “예수 세미나”를 창설하여, 200여 명의 학자들이 참여하는 세미나를 통해 “예수 르네상스”를 이끌었다.
저자의 책들 가운데 번역된 책들은 <예수는 누구인가> 이외에도 『어두운 간격』, 『역사적 예수』, 『예수: 사회적 혁명가의 전기』, 『예수의 역사』(조나단 리드와 공저), 『하나님과 제국』, 『가장 위대한 기도』, 『비유의 위력』, 마커스 보그와 함께 공동 저술한 『예수의 마지막 일주일』, 『첫 번째 크리스마스』, 『첫 번째 바울의 복음』 등이다.
예수의 가르침과 삶에 대한 그의 치밀한 연구를 통해 기독교는 예수의 대속적 죽음과 부활 중심의 신앙에서부터 예수의 생애와 비전 중심의 신앙으로, 예수를 믿음의 대상으로 삼는 기독교로부터 예수를 삶의 모델로 따르는 기독교로, “무조건 믿어라!”의 종교에서부터 “이해를 통한 믿음”의 종교로, 후대 제자들의 “예수에 관한 종교”에서부터 본래의 “예수의 종교”로 되돌아가는 길을 찾게 되었다. 특히 예수 당시에 로마의 식민지 지배와 착취, 학살과 노예제도를 정당화하는 “제국 신학”에 대항하는 예수의 저항방식과 대안적 비전으로서의 하나님 나라 운동과 동정녀 탄생, 부활과 재림에 관한 그의 폭넓은 연구는 “대속신앙” 중심의 개인주의적이며 초자연적이며 일방적인 기적 중심의 기독교를 벗어나 분배정의에 기초한 공동체적이며 참여적이며 철저하게 비폭력 불복종의 평등주의적 기독교로 나아가는 신학적 토대를 마련해주었다.
목회 현장이 너무 분주하기 때문에 목사님들이 책을 읽을 시간이 너무 없으므로, 역사적 예수 연구서들을 매우 간략하게 다이제스트 해서 한두 시간에 파악할 수 있도록 해주면 좋겠다는 요청을 오래 전부터 받았다. 존 웨슬리 목사가 수많은 고전들을 간략하게 다이제스트 해서 평신도 설교자들을 속성으로 교육시켰던 방법이 오늘날에도 필요하다는 주장에는 일리가 있을 것이다. 물론 웨슬리 목사는 하루에 세 시간씩 독서하지 않는 설교자보다는 오히려 교회가 문을 닫게 되기를 원했었다.
예수 르네상스 1 https://youtu.be/NzR3NbwPmhg?t=2
역사적 예수, 아직도 충분히 알 수 없는가?
1. 역사적 예수 연구가 그동안 많은 학문적 결실을 내었지만, 아직도 역사적 예수를 “충분히 알 수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은 것 같다. 역사적 예수 연구를 통해, 예수가 살았던 시대상황, 예수가 대결해야 했던 문제들, 예수의 믿음, 예수의 전략 등등에 관해 이제는 많은 것을 알 수 있게 되었다. 심지어 예수가 어떻게 하나님의 아들, 사람의 아들, 지혜의 아들로 고백되게 되었는지도 알게 되었다. 예수의 족보는 바로 로마제국의 신학이 만든 이 찬란한 족보를 정확하게 겨냥하여 한 방에 날려버리기 위한 것이었다는 말이다. 성경 전체와 마찬가지로 복음서들 역시 인간의 구원, 그 온전함과 평화를 위한 것이다. 살아계신 하나님의 통치를 믿는 복음서 기자들은 하나님이 원하시는 개인적인 구원이 하나님의 정의와 평화를 위한 정치적인 저항, 특별히 제국에 대한 저항과 뗄 수 없는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
유레카! 예수는 안티-메시아(anti-Messiah)였다.(2014/11/11)
유레카! 예수는 안티-메시아(anti-Messiah)였다. 기독교는 예수를 메시아로 고백해왔다. 그러나 예수는 그와 반대로 사람들이 자신을 메시아라고 부르지 못하게 했으며 자신을 가리켜 "사람의 아들"이라고 불렀다. 자신이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강조했던 것이다. 그 이유는 세례자 요한을 비롯해서 유대인들이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메시아는 다윗 왕과 같은 영웅적인 전사로서 강권적이며 폭력적이며 일방적으로 세상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인물로서, 사람들의 복수심을 일시적으로 충족시켜줄 수는 있어도, 세상의 문제들은 전혀 근본적으로 해결해줄 수 없기 때문이었다. 한마디로 예수는 메시아주의라는 것이 얼마나 위험하며 비주체적이며 무책임한 것인지를 분명히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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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예수 봐야 열린 평화 가능”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양심적 지식인으로 꼽히는 한완상(72·사진) 박사가 이번엔 <예수 없는 예수교회>(김영사 펴냄)를 통해 교회를 향해 목소리를 냈다. 서울대 문리대 교수, 한국방송통신대와 상지대 총장, 부총리 겸 통일원 장관,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대한적십자사 총재 등 다양한 공직을 거쳤던 그는 2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출간 기념 간담회에선 ‘교회 장로’로서 나섰다.
“한국 기독교의 모든 문제의 본질은 ‘역사적인 예수’가 없다는 점이다. 갈릴리에서 활동하던 예수는 없다. 주일마다 교회에서 신앙을 고백하는 사도신경을 보라. 동정녀 마리아에게 나시고, 본디오 빌라도에게 고난을 받으사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시고…. 태어나자마자 죽는다. 살아가는 얘기가 없다. 만약 역사적 예수를 통해 예수가 어떻게 살았는지를 안다면 오늘날 한국 교회가 이렇게까지 되지는 았을 것이다.”
한 박사는 “기독교가 세계 대제국이던 로마, 그것도 유일한 신으로 군림한 로마 황제에 의해 ‘하나의 제국에 하나의 교회만 군림’하게 된 뒤 지배 이념으로 고착된 교리만이 예수를 대신하게 됐다”고 말했다.
<민중과 지식인> 등 대표적인 사회과학서의 저자이기도 한 그가 교회 비판 책을 쓴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무려 30년 전인 1978년 <저 낮은 곳을 향하여>에서도 교회를 깨운 적이 있다. 그가 기독교를 접한 것은 어머니 뱃속에서였다. 그의 어머니는 그를 임신한 지 6개월 만에 큰 화상을 입어 목숨이 경각에 이르렀는데, ‘예수를 믿으라’는 권유를 받고, ‘내가 나으면 예수를 믿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그의 어머니는 극적으로 회생했고, 기독교인이 되었고, 훗날 그가 신학대에 가서 목사가 되기를 바랐다. 그런 어머니의 영향 때문인지 한 박사는 비록 목사가 되지는 않았지만 평생 ‘진짜 예수’와 ‘제대로 된 교회와 신앙인’을 위한 여정을 그치지 않았다. 그는 87년엔 서강대 길희성 명예교수 등과 함께 목사와 교회 건물, 교단 등 세 가지가 없는 새길교회를 세워 예수의 ‘하나님 나라 운동’ 실험을 해오고 있다.
그가 말만이 아니라 교회 현장에서 운동에 나선 것은 ‘하나님 나라가 구름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억울한 이, 고통받는 이가 없이 온전한 인간으로 대접 받는 새질서 운동’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예수의 산상수훈을 보세요. 돈 많고, 권세 있는 사람이 복 받는다고 했나요. 아닙니다. 가난하고, 온유하고, 핍박 받는 사람, 평화를 만드는 사람이 복을 받는다고 했지요. 예수님 자신도 기적을 행사하는 신적인 능력으로 세상적인 권세를 얻고 승리하기를 바라는 이들의 바람과 달리 그런 유혹을 물리치고 철저히 사랑을 실천하다 죽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그는 “이웃 종교에 배타적인 기독교는 전혀 예수 그리스도의 뜻이 아니다”라고 본다. 역사적 예수를 제대로 들여다본다면 열린 자세와 철저한 평화의 정신이 불을 보듯 명확해진다는 것이다.
글·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