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을 비롯한 인문학 석사, 박사 과정의 요점은 다음과 같다.
인문학 석박사 과정의 핵심은 책 읽기와 논문 쓰기를 배우는 과정이다. 따라서 석박사 학위는 논문을 쓸 자격을 주는 자격증인 셈이다.
우선 책 읽기 방법은 다음과 같다. 모든 학술서와 논문들에는 질문과 대답, 논증이 있다. 한 챕터든 한 권이든 읽고 난 후, A4 용지 한 장에 다음 순서로 정리한다.
1. 저자의 질문은 무엇인가? 한 문장으로 정리한다.
2. 그 질문에 대한 저자의 대답은 무엇인가? 한 문장으로 정리한다.
3. 저자는 그 질문에 대한 그 대답을 내놓기 위해 어떤 논증을 펼치고 있는지를 한 문단으로 정리한다.
(오래 전 나의 유학생활에서 수업 시간마다 이런 한 페이지짜리 독서보고서를 쓰도록 요구했던 교수는 단 한 사람이었다. 다음은 서서히 혼자 깨닫게 된 논평 방식이다.)
4. 나의 논평 (A4 용지 1장에)
1) 저자의 질문은 성서적으로, 신학적으로, 또한 우리의 현실상황, 특히 교회상황에서 적절한 질문인가?
(truthfulness, relevance의 관점에서)
2) 저자의 대답은 성서적으로, 신학적으로, 또한 우리의 현실상황에서 적절한 대답인가?
(truthfulness, relevance, 그리고 applicability의 관점에서)
3) 저자의 논증은 성서적으로, 신학적으로, 또한 우리의 현실상황에서 적절한 논증인가?
(truthfulness, relevance, 그리고 applicability의 관점에서)
또한 논문 쓰기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나의 질문은 무엇인가? 질문을 한 문장으로 정리한 후, 내가 왜 그 질문을 묻는지를 상술한다.(A4 용지 1장)
2. 그 질문에 대해 이제까지 중요한 학자들은 어떤 대답들을 내놓았으며 그 대답들에 대한 나의 비판은 무엇인가? (3장)
3. 나의 독창적인 대답과 논증은 무엇이며, 왜 나의 대답이 그 질문에 대해 보다 효과적인 대답인가? (6장)
4. 결론과 학문적 의미 (2장)
5. 참고문헌
이런 형식을 갖추면 학술논문이며, 이 형식을 갖추지 못하면 그냥 에세이 잡문에 불과하다.
석박사 과정은 결국 이런 형식을 갖춘 논문쓰기 훈련과정이며, 얼마나 논리적인 비약 없이 순서대로 설득력 있게 논리를 전개하는지를 훈련받고 검토받는 과정이다.
박사논문 발표장에서 가장 황당한 경험은 "왜 그 논문을 써야만 했는가?" 하는 질문에 대해 분명한 대답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 경험이다. 그냥 학위를 받기 위한 논문을 쓰는 이들도 종종 있다는 말이다.